본인이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이 뒤섞여 한 덩어리로 보일 때, 같은 일에 대한 부담은 두세 배로 커진다. 2천 년 전 한 철학자는 그 두 가지를 가르는 한 줄의 구분을 권했다.
스토아의 통제 구분
스토아 철학자 에픽테토스는 본인의 엔케이리디온 첫머리에서 세상의 모든 일을 두 종류로 나눈다. 본인의 통제 안에 있는 것과 본인의 통제 밖에 있는 것이다. 영어 번역에서 dichotomy of control이라 불리는 이 구분이 스토아 철학의 출발점에 해당한다.
에픽테토스가 통제 안에 있다고 본 것은 본인의 판단, 행동, 의도, 욕망과 회피 같은 내적 변수다. 통제 밖에 있는 것은 본인의 평판, 다른 사람의 행동, 신체의 사고, 외부 사건처럼 본인의 의지로 결정되지 않는 변수다. 이 구분은 단순하지만 일상의 거의 모든 부담을 두 칸으로 나눈다.
구분이 만드는 행동의 차이
같은 일이라도 어느 칸에 두느냐에 따라 다음 행동이 달라진다. 시험 결과가 본인 통제 안에 있다고 보면, 본인은 그 결과를 향해 무한히 노력해야 한다는 부담이 생긴다. 결과가 통제 밖에 있고 본인이 통제할 수 있는 것은 학습의 과정이라고 보면, 같은 시험에 대한 부담은 학습 행동에 집중되고 결과에 대한 불안은 줄어든다.
중요한 점은 이 구분이 결과를 외면하라는 뜻이 아니라는 것이다. 결과는 여전히 본인이 향하는 방향이다. 다만 결과 자체는 본인이 직접 손에 쥘 수 있는 변수가 아니므로, 본인이 매일 결정할 수 있는 변수에 집중하는 편이 같은 결과를 향해 더 안정적으로 작동한다는 관점이다.
현대 심리학과의 접점
이 스토아의 구분은 현대 심리학의 여러 흐름과 닿아 있다. 인지행동치료(CBT)의 인지 재구성은 본인이 통제할 수 있는 해석에 초점을 두고, 수용전념치료(ACT)는 통제 가능한 행동과 통제 불가능한 감정을 의도적으로 분리한다. 둘 다 통제 가능한 변수와 그렇지 않은 변수를 구분하는 일을 출발점으로 삼는다.
심리학자 윌리엄 어바인은 A Guide to the Good Life에서 이 이분법을 약간 수정해 삼분법으로 제안하기도 했다. 완전히 통제 가능한 것, 부분적으로 통제 가능한 것, 통제 불가능한 것의 세 칸이다. 부분 통제 가능한 영역(예: 시험 결과)에 대해서는 결과 대신 본인이 통제할 수 있는 측면(준비의 양과 방식)을 목표로 삼으라는 제안이다. 원래의 이분법보다 일상에 옮기기가 더 자연스럽다는 평가를 받는다.
일상에서 옮기는 방법
- 걱정거리를 두 칸에 나눠 적는다 — 종이를 반으로 나누고 왼쪽에 통제 가능한 것, 오른쪽에 통제 불가능한 것을 적는다. 같은 일도 측면별로 두 칸에 나뉘는 경우가 많다.
- 오른쪽 칸에는 시간을 들이지 않는다 — 오른쪽 칸의 일에 본인의 시간을 쓰는 만큼 왼쪽 칸의 행동이 줄어든다. 둘은 같은 시간을 두고 경쟁한다.
- 왼쪽 칸을 행동의 단위로 잘게 자른다 — '준비를 잘 한다'는 너무 큰 단위다. '오늘 한 챕터를 본인 말로 정리한다' 같은 단위가 통제 가능한 변수에 가깝다.
- 같은 일을 며칠 뒤 다시 나눠 본다 — 어느 칸에 두느냐는 본인의 판단이고, 그 판단도 시간이 지나며 바뀐다. 일주일 뒤 같은 걱정거리를 다시 두 칸에 나눠 보면 본인의 판단이 어떻게 옮겨갔는지가 보인다.
구분이 도구지 결론은 아니다
이 구분은 만능 답이 아니다. 어떤 일은 본인이 통제 가능하다고 보고 더 적극적으로 개입할 때 변화가 일어나기도 한다. 너무 빨리 '내 통제 밖이다'라고 분류하면 본인이 영향을 줄 수 있던 자리까지 포기하는 결과를 만들기도 한다.
그래서 구분은 한 번에 끝나는 분류가 아니라 매번 다시 시도해 보는 도구에 가깝다. 같은 일을 다양한 관점에서 두 칸에 나눠 보고, 그중 본인이 가장 합리적으로 다룰 수 있는 분류를 그때그때 고르는 자세가 스토아의 구분을 더 오래 작동시키는 방법이다.
정리
본인의 통제 안과 밖을 나누는 한 줄의 구분은 같은 일에 대한 부담을 두 갈래로 분리하고, 본인이 쓸 시간을 어느 쪽에 둘지 결정하게 만든다. 결과를 외면하는 일이 아니라, 결과를 향한 본인의 행동에 집중하는 일에 가깝다.
오늘 시도해볼 한 가지가 있다면, 지금 가장 마음에 걸리는 일 하나를 골라 본인이 통제 가능한 측면과 그렇지 않은 측면을 한 줄씩 나눠 적어 보는 것이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