dododot
뇌는 받아들이지 않는다, 예측한다
← 블로그 목록으로
동기와 학습

뇌는 받아들이지 않는다, 예측한다

뇌는 세계를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예측한다. 칼 프리스턴의 자유에너지 원리와 능동추론으로 학습과 새로운 일의 피로를 다시 읽는다.

두두닷·2026년 5월 16일·읽기 4·26 views

직관적으로 우리는 본 다음에 생각한다고 믿는다. 빛이 들어오고, 망막이 반응하고, 뇌가 그것을 해석한다. 그런데 신경과학은 그 순서를 뒤집는다. 뇌는 입력을 기다렸다가 받아들이는 기관이 아니라, 끊임없이 다음을 예측하는 기관에 가깝다.

안개 낀 들판 위로 희미한 점선 길이 앞으로 나 있는 일러스트
뇌는 다음에 올 것을 미리 그려 둔다.

자유에너지 원리: 뇌는 놀람을 줄인다

칼 프리스턴이 정리한 자유에너지 원리는 한 줄로 줄이면 이렇다. 뇌는 “놀람”을 최소화하려는 시스템이다. 여기서 놀람이란 지금 들어온 감각 입력이 내 내부 모델 안에서 얼마나 그럴듯하지 않은가의 양이다. 모델이 예측한 것과 실제 입력이 어긋난 정도, 곧 예측 오차다.

이 관점은 예측 부호화라는 더 큰 흐름과 맞닿아 있다. 뇌는 위에서 아래로 예측을 내려보내고, 아래에서 위로는 그 예측이 틀린 정도만 올려보낸다. 우리가 무언가를 “지각한다”는 것은 입력을 그대로 받는 일이 아니라, 예측과 입력을 맞춰 가장 그럴듯한 해석을 고르는 일이다.

능동추론: 행동도 예측의 일부다

뇌는 놀람을 줄이는 두 가지 길을 가진다. 모델을 바꾸거나(지각), 환경을 바꾸거나(행동). 능동추론은 그 행동 쪽 이야기다. 우리가 “선택”이라고 부르는 많은 일이, 실은 뇌가 자기 예측과 세계를 맞춰가려는 자동적 시도일 수 있다는 관점이다. 손을 뻗어 컵을 잡는 동작조차, 컵을 잡고 있는 상태를 미리 예측하고 그 예측에 몸을 맞추는 과정으로 설명된다.

학습은 모델을 짓는 일이다

이 틀에서 보면 학습은 지식을 머리에 채우는 일이 아니라, 예측을 더 잘하는 모델을 짓는 일이다. 처음 다루는 도구, 처음 들어가는 분야, 처음 만나는 사람은 모두 예측 오차가 큰 환경이다. 그래서 초반에는 같은 일을 해도 더 많은 에너지가 든다. 반복은 그 오차를 줄여 가는 과정이고, 익숙함이란 모델이 충분히 정교해져 더 이상 크게 놀라지 않는 상태다. 같은 일이 시간이 지나 쉬워지는 것은 일이 쉬워져서가 아니라 내 모델이 좋아져서다.

운전을 처음 배울 때를 떠올리면 이 과정이 또렷하다. 초보 때는 핸들, 페달, 거울, 표지판이 전부 따로따로 들어와 머리가 터질 듯하다. 예측 오차가 사방에서 쏟아지기 때문이다. 그러다 몇 달이 지나면 같은 거리를 거의 의식하지 않고 운전한다. 도로가 쉬워진 것이 아니라, 다음에 무엇이 올지 예측하는 모델이 정교해진 것이다. 능숙함이란 결국 잘 다듬어진 예측의 다른 이름이다.

새로운 일이 유난히 피곤한 이유

이 원리는 일상의 피로를 다르게 읽게 해 준다. 새로운 동네에 처음 갔을 때,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 있을 때 에너지가 빨리 닳는다. 모델이 아직 갖춰지지 않은 환경에서 뇌가 예측 오차를 줄이느라 과부하로 일하는 중이라서다.

  • 난이도를 의지 문제로 보지 않는다 — 새로운 일이 어려운 건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모델이 부족해서다. 원인을 바로 짚어야 자책이 줄어든다.
  • 반복으로 모델을 짓는다 — 모델은 부딪히면서 만들어진다. 같은 상황을 몇 번 겪으면 예측 오차가 줄고, 같은 일이 덜 피곤해진다.
  • 첫 시도를 노동으로 인정한다 — 어떤 시도는 그 자체로 노동이다. 노동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다음 시도를 위한 여력을 남긴다.

정리

뇌는 세계를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예측하고, 예측 오차를 줄이려고 지각과 행동을 함께 쓴다. 학습도 동기도 결국 그 모델을 짓는 일과 닿아 있다. 오늘 시도해볼 한 가지가 있다면, 최근 유난히 피곤했던 상황 하나를 떠올리고 “내 모델이 아직 없는 환경이었나”를 물어보는 것이다.

#자유에너지 원리#능동추론#칼 프리스턴#예측#
두두닷 블로그의 다른 글도 둘러보세요.
목록으로 돌아가기 →
두두닷
호스팅 서비스
두두닷
고객센터 이메일
admin@dododot.net
Copyright © dododot Corp. All rights reserved